잡설 + B-Free (비프리) – “희망”

1. 태어나서 (?)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사랑했던 장르이고 지금까지도 매일 즐기고 있는 음악인 힙합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는 대로 자유롭게 글을 쓰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 이유가 뭘지 가끔 생각해보는 편이지만, 그때마다 결론이 많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참 어릴때부터 이 장르를 사랑해왔고 즐겨왔던 만큼 내가 쌓아왔던 음악적인 (알량한) 지식이 많으며, 그에 따라 내가 생각하는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라는 구분이 너무 강한 점도 있고.. 그리고 어설프게 나마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SMTM (풀어쓰고 싶지 않다.) 를 통해서 그 놈의 한국힙합이라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통에 모르는 사람들과 (물론 내가 아는 사람들과는 더더욱) 힙합이 어쩌고 저쩌고 논쟁하고 싶진 않다. 

힙합에 대한 논쟁이라면 대충 십수년 전부터 상아레코드에서 산 씨디 뜯어가며 입에 침이 마르게 했고, 이제는 내가 가지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의 음악을 듣고 감탄/개탄/슬픔을 표시하며, 여전히 들을만한 음악을 하는 몇 안되는 미국놈들에 대해서 존경을 표시할 뿐. 

하지만 갑자기 오늘 퇴근길에 B-Free의 음악이 랜덤으로 나오는 순간 최소한 내가 2013~2014년 가장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고 있는 앨범인 “희망”에 대해서 개인적인 소회를 풀어놓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2. B-Free에 대한 첫 인상은 약간 어중간했던 것 같다. 스타일은 마음에 들었는데 아무래도 그때는 한국말이 더 서툴렀었을 것이라 그랬겠지만 뭔가 개운하진 않았는데.. 암튼 좋긴 했었고 이름도 기억했던 듯. “검은 띠” 피쳐링을 먼저 들었는지, “자유의 뮤직” 믹스테잎을 먼저 들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자유의 뮤직”에서 내 느낌은 이 놈은 뭔가 되겠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지금까지 LEO의 행보를 돌이켜볼 때 B-Free가 LEO와 같은 크루에서 오래 활동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솔직히 B-Free가 Hi-Lite에 들어갔다고 했을때도 조금 놀랐긴 했었다. 팔로알토의 유연유연한 느낌과 B-Free의 강한 느낌이 잘 조화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고.. 지금 보면 굉장히 잘내린 결정인 것 같고 또 우직하게 활동을 해오고 있는 B-Free의 행보가 보기 좋을 뿐. 

배경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여러 EP와 정규 1집을 지나 2012년 후반기에 발매된 “희망” 이라는 앨범을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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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를 시작하고 정신없던 시기에 앨범이 발매가 되서 사실 나는 2013년 초반에 iTunes에서 구매해서 듣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내 차에서 나오고 있는 걸 보면 여러가지로 나에게는 힘든 시절을 버티게 해주었던 좋은 음반으로 기억될 앨범인 것 같다. 

전체적인 앨범의 메세지는 인생과 사랑 그리고 여러가지들이 섞여있는데, 제목을 “희망” 으로 지은 것을 보면 전체적으로는 삶의 희망에 대한 메세지를 스스로에게 그리고 청자들에게 다시 말해주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Let It Show” 라던가 “Loco 2″ 같은 트랙 같은 Party-tune 스타일의 노래도 있지만, 앨범을 관통하는 내용은 결국 “인생은 힘든데 희망을 갖고 겁나 놀다가 사랑도 하고 잘 살자.” 정도?

헛소리는 줄이고 내가 좋아하는 세 곡을 링크해보겠다. 예전에 올라와있던 불법 음원 (…) 들이 없어져서 라이브로 다 링크를 해야할 것 같은데..

일단 “What’s Love” 

“다시 한번 사랑을 하려 하지만
이미 너무오래전엔 잃어버린 자신감
그들은 언제 또 사랑을 찾을까
과연 누가 그들의 손을 꽉 잡을까”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사랑에 이유없이 힘들어 하며 겉으로는 멀쩡하며 방황하던 나에게 가슴 속 깊이 박혔던 노래. 

“Good Time” 

“궁금합니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잘나가니까 또 돈을 많이 버니까?
안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불행합니까?
그럼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보다 동생이지만 (!) B-Free가 가사에 하는 이야기들은 더 오래 살아온 나에게도 뭔가 Refresh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곤 한다. 본인은 인터뷰에 보면 소위 “동생”들이 많이 메세지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 같지만.. 저 질문들을 나에게 이 노래가 나올때마다 던졌던 것 같다. 

“Anything” 

“그에게 날수 없다는 말은 하지마
그의 날개는 바로 그의 꿈과 희망
모든 사람이 해매는 삶이란 미로에
우리 모두 가끔은 가이드가 필요해”

이 시기 (?) Hi-Lite 앨범들에 수록되었던 김박첼라 스타일의 곡들과 괘를 같이 하는 곡인데 열심히 듣다가 잊고 있었는데, 콜로라도에서 미네소타로 운전해서 이번에 오는 중간에 이 곡이 나오는 순간 뭔가 울컥. 혼자 지내는 날이 많아설까. 지나가듯 말을 건네는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보다 이 곡에서 주는 메세지가 나에게는 더 크게 다가왔다. 말 그대로 “Anything” 아닌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세 곡만 소개했지만, “희망” 앨범 전체가 개인적으로는 한 곡도 버릴 곡이 없는 앨범이다. 한국힙합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1번부터 끝까지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B-Free가 세상 사람들이 쉽게 혹 할만한 화려한 개인기나 볼 거리를 제공하는 랩퍼는 아니지만, 한 번 듣고 잊혀질 음악이 아닌 다시 돌아보면 또다른 감동을 주는 앨범을 만드는 MC로서는 누구보다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글쓴이의 생각이다. 길거리에 지나가는 똥개 만도 못한 놈들이 랩퍼랍시고 디지털 싱글이나 줄창 업로드해대는 현실 속에서 “희망” 에서 “Korean Dream” 으로 이어지는 그의 행보가 흐뭇하고 희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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